괭이갈매기 울 적에 Ep.1 Best Scene No. 01
시나리오 용기사07
번역 Medeia K. Yang
“…또. …약주를 즐기셨군요?”
청진기를 떼면서 나이 지긋한 의사는 한숨을 내쉰다.
먼지와 달디 단 이상한 냄새가 혼재하는 어스레한 서재에 늙은 남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서재라고 부르기에는 매우 넓은 방의 일각에는 고급스러워 뵈는 침대가 있고, 진찰을 받는 남자와 그를 진찰하는 의사. 그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는 사용인인 듯한 사람이 있었다.
“술은 나의 벗이다. 자네에게 지지 않을 만큼의 친우이며, 그리고 자네보다도 교우의 기간이 길다.”
청진을 위해 가슴을 풀어 헤치고 있던 남자는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고치면서 주눅 드는 기색도 없이 그렇게 말했다.
“…킨죠 씨. …당신의 몸이 일견 상태가 좋아 보이는 것은 약이 듣고 있기 때문. 그러나 그렇게 강한 술을 계속 마시다가는 약의 의미가 없어지고 맙니다. …해가 되는 권고를 하진 않습니다. 술을 삼가십시오.”
“충고하는 마음만큼은 고맙게 받아 두지, 나의 친구여. …겐지. 한 잔 더 부탁한다. 얼마간 묽게. 난죠의 체면도 세워 주도록.”
“…괜찮으시겠습니까.”
겐지라 불린 노령의 집사는 술을 요구하는 주인과 그를 막는 주치의 양쪽을 번갈아 바라본 후, 말없이 고개를 숙이며 주인의 명령에 충실히 복종했다.
그가 시렁에서 술을 꺼내 준비하는 것을 바라보며 주치의인 난죠는 다시 한 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실내를 가득 채우고 있는 냄새.
…마음도, 그리고 혼마저 녹여 버릴 듯한 이 달콤함의 독기는 주인이 사랑해 마지않는 녹빛 독주로부터 풍겨져 나오는 것이었다.
“…난죠. 자네는 긴 시간에 걸친 친우다. 오늘날까지 오래도록 내 목숨을 유지시킨 점, 깊이 감사한다.”
“저는 아무 것도. …의사로서의 충고 따위는 킨죠 씨가 전혀 들어주시지 않았으니.”
“핫핫핫하……. 자네라 한들 잘못 둔 수를 물러 달라고 해도 들어 주질 않잖은가. 그렇다면 서로 비겼다고 해야겠지.”
“…주인님.”
“미안하군. …약은 끊어도 죽지는 않겠지만, 이걸 그만뒀다간 죽어 버릴 듯 해서 말이야.”
킨죠는 체념의 표정을 떠올린 난죠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겐지가 내민 글라스를 받아 들었다.
…가득 찰랑대는 그 강렬한 색의 액체로부터 술을 연상하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난죠. 솔직히 말해라. 내 목숨은 앞으로 얼마나 가겠는가?”
“글쎄요……. 어느 정도라고 말씀 드리면 그 술을 자제해 주실지.”
난죠는 다시 한 번 단념하는 듯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결국은 글라스를 치켜 올리는 킨죠를 보면서 말했다.
“…길지는 않겠지요.”
“…어느 정도나 길지 않냐는 거다.”
“…이 체스로 예를 들지요. 킨죠 씨의 공격이 매섭습니다만, 제 킹을 완전히 몰아넣는 데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난죠의 눈앞에는 중후한 체스 세트가 놓인 사이드테이블이 있었다. 말들을 보는 한, 게임은 꽤 종반에 접어들어 있다.
흑의 룩과 비숍이 적진 깊숙이 침투해 있었다. 백의 킹은 이미 캐슬링을 한 상태에서 발이 묶여 있었으며, 초보자가 보기에도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고 결착이 지어질 듯 보였다.
이 대국은 난죠가 진찰을 위해 방문할 때마다 한 수씩을 서로 진행시켰던 것이다. 난죠는 그를 가리키며 승부가 나기보다 킨죠가 영면하는 쪽이 빠를 거라고 단언했다. …이는 의사로서라기보다는 오랜 기간 사귄 친구로서의 말이었다.
“…보통의 환자라면 유언을 하도록 권유할 지경입니다.”
“…유언이란 무엇인가, 난죠. 내 송장을 어떤 식으로 헤집으며 먹어 치우도록 독수리 놈들에게 가르침을 내리라는 건가.”
“아뇨, 다릅니다. …유언이란 자신의 의사를 남김입니다. 유산 분배만을 위한 게 아니지요.”
“호오. …유산 분배 외에 또 무엇을 쓰란 말인가.”
“…미련이나, 못 다한 일. 이어 받았으면 하는 것과, 전하고 싶은 것. …무엇이든 좋습니다.”
“…후. …이어 받았으면 하는 것과 전하고 싶은 것이라고? 어처구니없기 짝이 없군. 이 우시로미야 킨죠, 후대에 남기고 싶은 것이나 전하고 싶은 것, 단 한 가지도 없다! 맨몸뚱이로 태어났다. 그리고 맨몸뚱이로 죽는다. 쓸모없는 자식놈들에게 남기고 싶은 것 따위 무엇 하나 없어! 찾아올 최후의 시기가 설혹 오늘이라고 해도, 지금이라도 해도! 나는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 죽음의 운명을 수용하려 하고 있지 않은가! 모든 것을 쌓아 올렸다. 부도! 명예도! 그 전부를! 그 모두가 나와 함께 이루어지고, 나와 함께 사라지도록. 후대에 남겨줄 것 따위는 아무 것도 없어! 무엇 하나 없다! 내가 사라진 뒤에는 먼지가 되어 버려라. 묘도 관도 바라지 않아! 그것이 나와 마녀의 계약! 내가 죽을 때에 모든 것을 잃는다! 처음부터 그런 계약이었으니 아무 것도 남기지 않는다. 아무 것도 남겨줄 수 없다!”
여기까지를 단숨에 지껄인 후 킨죠는 갑자기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 표정은, 마치 무엇에 씌었다가 떨어지기라도 한 양 나약한 것이었다.
“…그러나 미련은 있다. 남길 것은 무엇 하나 없지만, 남겨둔 채로 죽을 수 없는 게 단 한 가지 있다…….”
“…그것을 써서 기록해 두면 좋겠지요. 물론 살아 있는 동안에 이루면 좋겠으나 만일의 경우, 뒤에 남겨진 자들이 그 미련을 계승해 줄 겁니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그 비원이 해결되도록 남기고 가는 것. …그게 유언이라는 것입니다.”
난죠가 상냥하게 어깨를 두드리려 하자, 갑작스레 격앙한 킨죠가 난죠의 그 손을 떨쳐 버렸다.
“안 된다 안 된다 안 된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이 아니면 안 된다, 나는 죽으면 혼이 곧 계약의 악마에 먹혀 지워져 버리고 만다! 사후의 세계도 안식도 내게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전부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끝내야 한다! 그러니까 유언장 따위 내게는 필요 없어! 그 같은 것을 쓸 여유가 있다면……. 있다면! …나는 보고 싶다.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베아트리체의 미소 짓는 얼굴을 한 번 더 보고 싶다! 아아, 베아트리체, 왜 나를 이 정도까지 거부하는 것인가! 지금이야말로 네가 부여해 준 모든 것을 돌려주겠다, 모든 것을 잃겠다! 그러니까 마지막에 한 번 만이라도 네 웃음을 보여 다오……. 베아트리체, 제발 부탁한다, 들리고 있을 터이다, 너는 그런 여자다! 이렇게 청한다, 모습을 보여 다오! 여기 있겠지? 듣고 있으면서 모습을 지운 채 지금도 이 방 어딘가에서 나를 조소하고 있는 것인가? 내 앞에 다시 한 번 모습을 드러내 다오, 그리고 미소지어 다오! 내게 따져도 좋다, 바란다면 네 손으로 나의 생명을 앗아가도 괜찮다! 이대로 혼자 죽고 싶지는 않다! 네 웃음을 재차 이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절대로 죽을 수 없는 것이다! 아아, 베아트리체, 베아트리체! 이 목숨 넘겨주겠다, 네게 건네주겠다! 부디, 베아트리체에에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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